오늘은 콜드브루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1. 콜드브루
콜드브루는 말 그대로 차가운 물로 내린 브루잉 커피입니다. 온수를 사용하는 다른 추출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긴 제조시간이 필요하지만, 에스프레소에 비해 보관기간이 길고 시음이 용이합니다. 또 추출되면서 특유의 향미를 가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깊은 맛이 나는 장점이 있습니다.
콜드브루는 보통 차가운 음료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찬물을 이용하여 추출하고 냉장보관을 하므로 따뜻하게 내기 어렵습니다. 물론 온수에 희석하여 따뜻한 음료로 낼 수 있지만, 제조된 커피의 농도와 희석 비율에 따라 따듯하게 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콜드브루를 검색하면 보통 점적식은 8시간 이상, 침출식은 12~24시간 이상의 긴 제조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되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추출에 관한 포스팅에서 추출조건으로 물과 온도, 분쇄도와 추출시간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냉수 추출이라고 하더라도 온도를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이 기존 추출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의 종류와 분쇄도, 추출시간 등은 얼마든지 조절 가능한 변수입니다. 또한 콜드브루도 다양한 추출방법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1~2시간 이내의 빠른 추출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2. 기본원리
기본적으로는 온수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커피와 동일한 추출입니다. 핸드드립 커피나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한 커피와 유사합니다. 분쇄 원두 위에 물을 흘리거나, 준비된 물에 분쇄원두를 침지시키는 형태로 제작됩니다. 다만, 상온의 물 또는 냉수를 이용하다보니 온수를 이용한 추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출이 더딥니다. 충분한 수율 확보를 위해 분쇄입자를 더 곱게 하고 추출시간을 아주 길게 합니다. 진하게 추출된 콜드브루는 보통 2~3일의 냉장 숙성을 통해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고 하며, 약 1주일 내외까지는 긍정적인 숙성의 기간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콜드브루 커피는 온수추출에 비해 원두에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덜 예민한 편입니다. 일정 기간이 경과한 커피는 온수추출시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콜드브루 추출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랜차이즈나 개인카페에서 일정 기간동안 다 사용하지 못한 원두를 활용하기 위해 콜드브루 추출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3. 워터드립? 더치커피? 콜드브루?
한국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더치커피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콜드브루로 소개되었습니다.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워터드립이 더치커피와 같은 점적식 콜드브루를 지칭합니다. 더치커피는 여러가지 유래가 존재하는데, 1) 네덜란드 상인들이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긴 항해중에서 보관이 용이한 커피를 고안하던 중 생겼다거나, 2) 네덜란드인들이 인도네시아 커피의 쓴맛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거나 생겼다거나, 혹은 3) 네덜란드인들이 커피를 차갑게 침지시켜 음용하는 것을 보고 일본에서 발전되었다 등입니다.
다만, 위의 세가지 모두 그렇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일 뿐 근거는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등의 서구권에서 더치커피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으며, 더치커피는 일본식 콜드브루를 홍보하기 위해 임의로 네이밍 된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것이 최근의 인식입니다.
4.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어떻게 다를까?
찬물로 내리는 커피는 모두 콜드브루라고 말하며 사실 어떻게 말해도 상관은 없지만, 국내에서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조금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콜드브루는 분쇄원두에 물을 조금씩 떨어뜨려 만드는 점적식과 물 안에 분쇄원두를 침지시켜 만드는 침출식으로 나뉘는데, 보통 더치커피는 점적식 콜드브루를, 콜드브루는 침출식 콜드브루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됩니다.
1) 점적식 콜드브루
우리가 흔히 아는 더치커피는 점적식 콜드브루 입니다. 상온에서 상온의 물 또는 냉수를 한 방울씩 흘려 하단의 커피 가루를 지나게 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더치커피의 모습입니다. 커피 제조를 위해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고, 떨어지는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등 침출식에 비해 다소 까다로운 제조 방법이지만 상대적으로 깔끔한 것이 특징입니다. 추출기구가 시각적으로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어 추출과정이 외부에 보이도록 기구를 배치하거나, 추출중이 아니더라도 장식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2) 침출식 콜드브루
미국식 콜드브루로 알려진 침출식 콜드브루는 상온의 물 또는 냉수를 담은 용기에 커피 가루를 넣어 일정시간 동안 우리는 방식입니다. 콜드브루하면 일반적으로 더치커피라고 알려진 점적식을 쉽게 떠올리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다수의 프랜차이즈에서 안정적인 추출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원하는 정도로 커피가 우러나면 커피가루와 커피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필터 역할을 하는 면보나 다시망 등을 사용하여 티백형태로 우리기도 합니다. 별도의 추출도구가 필요하지 않으며 다양한 용기에서 제작이 가능하고, 점적식 콜드브루에 비해 진하고 거친 느낌이 있습니다.
5. 콜드브루 커피에 대한 오해
1) 찬물에 우려내어 카페인이 없다?
카페인이 없다는 정보는 대표적인 콜드브루 커피의 오해입니다. 냉수를 이용한 추출은 온수를 이용했을 때보다 전반적인 커피성분의 추출이 더디고, 카페인 역시 낮은 온도에서 녹는 정도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여전히 카페인은 물에 잘 녹는 성분이며, 콜드브루는 낮은 추출 속도에서 충분한 추출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 추출시간을 매우 길게 설정합니다. 콜드브루의 추출시간은 일반적인 온수 추출과 비교하여 적게는 수십배에서 수백배 이상 길어지며, 낮은 추출효율에도 오랜시간동안 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축적되는 카페인의 양은 일반적인 온수추출에 비해 오히려 많을 수 있습니다.
2) 오래 숙성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콜드브루 커피는 보통 처음 추출 후 바로 마시는 것보다 며칠간의 숙성 기간 이후에 마시는 것이 더 좋은 맛을 냅니다. 며칠간의 숙성을 통해 특유의 향미가 진해지고 안정적인 맛을 내는데 이 과정은 일주일 정도까지는 좋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이보다 숙성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향이나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많이 경과한 콜드브루는 품질이 하락합니다.
콜드브루가 숙성되면서 생기는 향미와 맛은 개인의 취향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콜드브루 커피 역시 커피이며 식품이기 대문에 시간이 경과할수록 산패가 진행됩니다. 특히 저온으로 추출되었기 때문에 고온으로 추출된 커피보다 세균이나 곰팡이의 증식위험이 큽니다.
콜드브루 커피는 개봉 전이라면 최대 2 ~ 3개월, 개봉 후에는 2 ~ 3주 정도를 소비기한으로 보고 있으며, 소비기한과 관계 없이 가급적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차갑게 내린 에스프레소?
일반적으로 콜드브루는 진하게 추출되어 물과 희석하는 형태로 음용됩니다. 그렇다보니 콜드브루를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마시거나 라떼나 기타 베리에이션에 에스프레소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용처가 비슷하다보니 자칫 에스프레소와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그러한 맛을 기대할 수 있는데, 아쉽지만 에스프레소는 전혀 다른 음료입니다.
콜드브루는 진하게 내린 핸드드립이나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한 커피와 비교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의 특성은 물의 온도가 아닌 가압에서 오는 것이며, 가압으로 인해 물에 녹지않는 고형분과 오일 성분등이 밀려나오며 독특한 향미를 가지게 됩니다. 단순히 추출방법에 차이가 조금 있는 수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음료로 봐야 합니다.
6. 마치며
오늘은 간단하게 콜드브루 커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콜드브루 커피는 특유의 향미 때문에 사랑받기도 하지만 그 향미로 인해 호불호가 큰 커피입니다. 저온추출은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지만 세균이나 곰팡이에 취약하여 위생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합니다. 요즘에는 콜드브루 제작에 자외선 램프를 활용하여 살균하거나, 기구의 소재나 형태에 변화를 주어 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콜드브루 커피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구체적인 콜드브루 제작 레시피는 본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추후 레시피 카테고리에 제작 레시피를 정리하여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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