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기류 구입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프렌차이즈 업소가 아닌 이상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면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이벤트가 식기류 구입입니다. 운영중인 카페를 인수하였다 하더라도 파손이나 오염, 메뉴변경 등 여러 요인으로 식기가 교체됩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식기류를 구비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반대로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과감해질수도 있습니다. 사실 식기류 구입 역시 하나의 쇼핑이기 때문에 보통은 즐겁습니다. :)
그럼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까요?
보통 남대문 그릇상가를 떠올리거나 인터넷 구매를 먼저 떠올립니다. 매장이나 집 근처 그릇가게를 생각하기도 하고, 다이소에도 식기류를 판매합니다. 사실 아무데서나 사도 괜찮습니다. 위에 열거된 장소에서 판매중인 제품들은 식기류 허가를 받은 제품들일테고 위생적인 부분은 물론 내구성까지 어느 정도는 점검을 받은 상태일겁니다. 다만 초보의 경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식기류 구입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봅니다. 어쩌면 일종의 쇼핑 가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1. 무엇을 사야할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어떤 원두보다 어떤 커피를 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 것처럼, 식기류는 어디서 사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사야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사야할까요? 우선 나의 매장에 어떤 컵이나 그릇이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냥 컵, 접시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도 안되겠지만 사실 거창할 것은 없습니다. 그냥 어떤 느낌의 메뉴를 서비스하고 싶은지 이미지화 하면 됩니다. 내가 판매하고 싶은 메뉴가 서비스되는 이미지를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디자인이나 재질 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 과정은 구체적일수록 좋은데, 보통 내가 이미지화 한 것과 동일한 제품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이미지는 식기류의 구입과 구성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들을 조정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원하는 이미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수들을 접할 때 본래의 목적과 유사한 형태로 선택지를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혼란과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쇼핑을 위한 사전 준비
1) 구체적인 이미지화를 위한 공부
공부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인터넷 쇼핑이나 SNS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터넷 판매처나 음식 잡지 등을 통해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떤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가능한지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 맛집 등이 리뷰된 SNS 페이지를 통해서 어떤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인기있는지, 어떤 디자인의 식기류가 어울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우 간단하면서 쉽고,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이는 이 과정은 초보 사장님께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간혹 '이런 느낌이면 되지 않을까?', 혹은 '매장에서 보다보면 괜찮은게 있겠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무턱대고 식기류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높은 확률로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보통 내가 원하는 디스플레이와 식기류 매장에서의 디스플레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미지화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원하는 제품을 마주하더라도 디스플레이 차이로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방문한 매장이 다루는 제품이 많은 경우 모든 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지 않기 떄문에 '우연히'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에 맞는 제품을 문의해서 그와 유사한 상품을 찾는 것입니다.
2) 나의 매장 파악하기
즐거운 쇼핑(?)이지만 아무래도 돈이 들어가는 만큼 어느 제품을 얼마나 구매해야하는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매장을 객관화 해야 합니다. 매장의 객관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도해볼 수 있으나, 식기류 구입을 한정하여 생각해본다면, 1)식기류의 적재공간, 2)서비스공간, 3)메뉴별 회전율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식기류의 적재 공간
매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생각해 봅시다. 보통 따뜻한 음료를 서비스하는 용도로 준비된 잔은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둡니다. 에스프레소머신 상단은 보일러의 열기를 활용하여 워머로 사용되는데, 머신별로 크기가 다르며 잔의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적재할수 있는 수량이 차이가 생깁니다. 차가운 음료를 서비스하는 잔은 보통 유리나 플라스틱 소재의 투명한 제품이 많이 사용되는데 따로 데울 필요는 없으나 디자인에 따라 겹쳐 놓을 수 없거나 부피가 큰 경우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회전율이 높은 편이라 많이 필요할 수 있으니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2] 서비스 공간
컵이나 접시 등이 올라갈 테이블의 크기나 소재에 따라 파손이나 핸들링이 어려운 소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유리테이블의 경우 무거운 유리나 세라믹 소재의 컵이나 접시는 디자인이 예쁘지만 서비스되고 손님이 음용하는 과정에서 파손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코스터나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매장 특성 상 어린아이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 손님이 많은 경우, 서비스되는 식기의 심미적 요소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음용의 편의와 안전을 더욱 고려해야 합니다.
[3] 메뉴별 회전율
보통 식기류 구입시 좌석수의 1.5배를 기준으로 하거나, 다양한 메뉴 주문을 염두해 두고 음료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잔을 좌석수의 70~80% 정도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장별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매장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음료별로 평균적인 주문량, 시간별 회전율, 설거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수를 찾아야 합니다. 매장 운영 중 식기류가 바뀌는 경우라면 비교적 수월할 수도 있지만, 식기류의 디자인이 바뀜으로 해서 서비스되는 형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수요가 변하는 경우도 있으니 마냥 쉬운일은 아닙니다. 더욱이 매장을 처음 오픈하는 경우라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답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니 앞서 언급된 식기류의 적재공간 및 서비스 공간을 참고하여 적당한 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후 상황에 맞추어 가감하면 됩니다.
3. 쇼핑을 위한 TIP.
쇼핑은 어디가고 팁이라니.
시작하면서 일종의 쇼핑 가이드라고 말했지만, 쇼핑은 그냥 하시면 됩니다. 사실 이 이상으로 필요한 것들은 개인차입니다. 우리는 이미 어떤 것이 필요한지, 나의 매장은 어떤 환경이고 어떤 메뉴를 어떤 느낌으로 서비스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이미지화 작업을 했습니다. 끝입니다. 이젠 그냥 적당한 곳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막연함이 있을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되고자 팁들을 소개합니다.
1) 제일 좋은 판매처는 없다.
간혹 도매상가나 업소용 제품 판매처라든지 하는 곳에서 더 좋은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을 만날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뭔가 나같은 자영업자만을 위한 좋은 가격과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플랫폼이 존재할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특정 제품군을 대규모로 취급하는 곳에서 가격적인 혜택이라든가 더 많은 제품을 빨리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하며, 극적으로 특별 할인이나 묶음 행사 등을 통한다면 소매처에도 도매상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미 원하는 이미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다양한 채널을 검색해서 나에게 유리한 공급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구매에 받는 스트레스든 뭐든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 단 특정 브랜드나 메이커의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하려고 한다면 이런 고민은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구매상품 중 일부 상품이 다른 채널보다 비싸더라도 구매편의 등을 고려하여 구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격적인 메리트만 따진다면 합리적이지 않지만, 시간이나 구매 편의가 더 중요한 분들에겐 그쪽이 더 이득입니다. 사전에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검색해두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매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 판매처별 특징
[1] 남대문 또는 동대문 상가 및 대형 도매단지 등
그릇하면 보통 남대문이나 동대문 그릇상가, 황학동 시장 등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구매량이 많은 경우 가장 이상적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물건을 픽업할 수 있고, 거래가 지속된다면 전화나 메신저, 메일 등을 통해 간단하게 거래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거래량이 많다면 다른 채널들보다 가격적인 혜택이 클 수 있으며, 원하는 제품의 이미지화가 명확하고 레퍼런스 이미지만 있다면 원하는 제품 또는 그와 유사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채널들은 많은 제품을 다루기 때문에 전시되지 않은 제품들도 많고, 디스플레이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고 찾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소량 구매시 가격적인 혜택이 별로 없을 수 있으며, 거래가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2] 인터넷
대형 채널은 물론 전통적인 채널들이 모두 인터넷을 통한 판매를 하고 있는 만큼 유용합니다. 직접 찾지 않아도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고 택배거래등을 통해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쉬운 거래가 가능합니다. 다만 물건을 직접 보고 거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한것과 다른 제품을 받아볼 수 있으며, 배송시 파손 위험이 직접 거래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인터넷 비교를 통해 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을 수 있지만 프로모션이나 배송비 등을 감안했을 때 편차가 큰 편이라 항상 저렴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3] 근처 그릇가게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금방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제품 하자시 빠른 대처가 가능합니다. 매장에 내가 원하는 제품이 없더라도 원하는 제품의 이미지화가 명확하고 레퍼런스 이미지가 있다면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는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장의 경우 유통구조상 가격적인 혜택을 받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또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보통 매장환경에 따라 전시되는 제품들이 잘 판매되는 일부 품목으로 종류가 한정적일 수 있습니다.
[4] 다이소
다이소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의 퀄리티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대 가격이 5000원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각 계절에 따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이에 부합하는 상품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계절과 관련된 메뉴나 이벤트 메뉴 등을 플레이팅 하기에 좋은 식기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이소의 제품은 저렴하고 예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품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한정된 가격내에서 제품을 소싱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제품의 시즌별 기획상품이 많다보니 제품 파손시 같은 물건을 다시 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마치며.
평소 예쁜 맛집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늘 살펴보면서 틈이 생길 때마다 그릇상가를 돌아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플레이팅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막상 내 가게는 어떻게 꾸며야 할지, 어떤 제품을 사는게 좋을지 판단하는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에 대해 전문가라고 할 만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내 가게를 꾸미는 것이 왜 어려울까요? 그 이유는 앞선 행동들이 구체적인 이미지화를 위한 사전 공부는 되겟지만 이미지화 과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서비스방법이 있지 않을까? 더 예쁜 식기, 더 예쁜 플레이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은 늘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당장 매장에 사용될 식기의 구입과정에서 이런 생각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화 과정에서는 다양한 제품들과 다양한 플레이팅을 보고 기준을 세우겠지만, 그 이후 구입과정에서는 다른 생각들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끝.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이미지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원두 선택부터 식기류 구입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 입니다. 무작정 많이 보고 경험한다고 해서 보는 눈이 생기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이미지화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하나의 기준입니다. 간혹 이런 과정이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정될 수 있습니다. 당장의 목적지가 불명확하다고 해도 나침받이 있는 항해와 없는 항해는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와 함께 수정되어가는 나의 기준은 점차 '안목'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체화됩니다.
진짜 끝.
'COFFEE & T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에스프레소 머신? (0) | 2023.10.30 |
---|---|
카페이야기(3) 손님이 주문한 맛없는 커피. (0) | 2023.09.04 |
카페이야기(2) 원두는 어디서 사죠? (2) | 2023.08.21 |
카페이야기(1) 어떤 원두를 사용해야 할까? (0) | 2023.08.04 |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와 아메리카노의 차이. (0) | 2023.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