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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 TEA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커피의 차이

by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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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국내 대부분의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메뉴입니다.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온수 또는 냉수에 희석한 음료로 미국식으로는 아메리카노, 호주식으로는 롱블랙 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식 커피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호주식 커피 문화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롱블랙, 플랫화이트 등의 메뉴들을 근처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음료가 비슷한 재료와 구성, 제조 방법에도 불구하고 다른 음료라는 의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샷을 넣는 순서가 음료의 차이를 만든다?

그림 1. 아메리카노 = 에스프레소 샷 + 물. 롱블랙 = 물 + 에스프레소 샷. 뭐가 다르죠?

 

흔히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를 샷을 넣는 순서에 따른 크레마 유무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컵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고 그 위에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물을 채운 컵에 조심스럽게 샷을 부으면 롱블랙. 샷을 넣는 순서에 따라 크레마의 형태가 달라지니 음료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인데,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심지어 돈을 받고 판매되는 일부 전문가의 레시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그게 다른 음료인가?

 

한 번 생각을 해 봅시다.

온수에 조심스레 샷을 부어 크레마를 살린 롱블랙은 시간이 지나도 크레마가 여전할까요?

샷 위에 온수를 부어 나온 아메리카노에는 크레마가 없을까요?

음료를 차게 내어 빨대로 마신다면 크레마의 차이가 의미가 있을까요?

 

같은 양의 물과 커피로 샷을 넣는 순서에만 차이가 있다면, 두 음료가 어떤 차이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료를 처음 받았을 때 크레마의 차이는 두 음료를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으나, 시간을 두고 음용한다고 생각한다면 사실상  그 역시 음료를 구분하는 차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샷을 넣는 순서로 다른 음료가 된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2. 샷과 물의 비율이 다르다?

그림 2. 샷과 물의 비율. 아메리카노 = 1:5, 롱블랙 1:2. 진한아메리카노와 연한 롱블랙은 뭘까요?

실질적으로 두 음료를 구분짓는 뉘앙스 차이가 제조된 음료의 양에서 나온다는 의견입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되는 잔의 크기를 생각해 본다면  샷과 물의 비율이 아메리카노는 1:5, 롱블랙은 1:2 정도입니다. 상대적으로 아메리카노는 연한 느낌의, 롱블랙은 진한 느낌의 커피가 됩니다.

이 의견은 얼핏 설득력을 가집니다. 당연히 1:5로 희석시키는 아메리카노와 1:2로 희석시키는 롱블랙은 각각에서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에스프레소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 추출 세팅부터 블렌드 비율, 로스팅 정도 등 다양한 포인트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앞선 의견보다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이 의견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에스프레소와 숏블랙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숏블랙은 호주식 커피에서 에스프레소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와 숏블랙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매장마다 사용중인 원두와 고객선호 등에 따라 에스프레소 성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와 롱블랙을 위한 숏블랙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둘의 차이는 단순한 농도 차이입니다.

 

단순히 농도가 달라진 것 만으로 음료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진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사람도, 연한 롱블랙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3. 아메리카노 같은 롱블랙, 롱블랙 같은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샷 위에 물을 부어 크레마를 깨어 나가는 것이 보통이고, 롱블랙은 물 위에 샷을 부어 크레마를 유지시키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는 분명 두 음료를 구분짓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크레마를 원하는 고객이 있고, 롱블랙을 주문하면서도 크레마가 없는 깔끔함을 원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문화에 따라 부르는 명칭과 음용 방법, 형태의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동일한 음료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상당수의 매장에서는 음료 제조의 편의를 고려하여 롱블랙과 같이 준비된 물 위에 샷을 부어 크레마를 살린 형태로 음료를 제조합니다. 샷을 넣는 순서와 크레마 유무를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히 롱블랙이지만,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을 판매됩니다. 네. 아메리카노 입니다.

 

[ 추가설명 : 샷 위에 물이나 얼음을 붓게 되면 낙차로 인해 커피가 튈 수 있고, 자칫 화상이나 매장 오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각한 화상이나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샷을 위에 넣을때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현장에서는 편의를 위해 준비된 물 위에 샷을 넣습니다. 물론 모든 매장이 그런것은 아닙니다.]

 

4. 그래서 결론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음용 형태로 볼 때 에스프레소(숏블랙)를 바로 음용 하는 것이 불편하여 물에 희석시키는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며, 그렇다면 둘은 같은 음료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크레마의 유무, 샷과 물의 비율 등으로 음료를 구분지을 수도 있으나, 이는 대략적인 기준일 뿐 음료의 차이를 설명하기엔 그 근거가 빈약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크레마를 원하는 고객이 있고, 롱블랙을 주문하면서도 크레마가 없는 깔끔함을 원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또 아메리카노를 진하게 먹는 사람도, 롱블랙을 연하게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커피 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는 음료는 매장별로 상이하며, 아메리카노 같은 롱블랙을 파는 매장도, 롱블랙 같은 아메리카노를 파는 매장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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