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퍼의 리브(rib)는 왜 있을까?

??? : A 드리퍼는 추출시 단맛이 강조됩니다.

??? : B 드리퍼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게 추출됩니다.

 

드립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드리퍼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겁니다. 저 역시 동일한 종류의 원두와 분쇄도, 추출수의 온도와 필터 등을 준비하고도 드리퍼에 따라 맛이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드리퍼는 크게 세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재, 형태(추출 구멍의 크기와 갯수), 그리고 리브(rib).

보통은 소재와 형태의 선호에 따라 선택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리브 역시 드리퍼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브의 모양과 갯수는 추출속도를 다르게 할 수 있고, 추출의 차이는 추출되는 커피 성분의 차이를 가져와 전체적인 향미의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커피에 익숙한 분들은 감각이 훈련되어 그 차이를 경험할 수 있지만,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천적인 재능이 없어도 맛과 향은 훈련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만, 마찬가지로 훈련되지 않으면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드리퍼의 리브는 소재, 형태와 더불어 각 드리퍼 제조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드리퍼의 리브에 대해 알아봅시다.

1. 리브가 뭐죠?

리브(rib) 또는 립 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갈비뼈, 돌출된 뼈대를 말합니다. 드리퍼에서는 추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드리퍼 안쪽 벽면에 배치한 홈과 돌기 등의 돌출된 장치입니다. 드리퍼의 리브는 공기 및 물이 흐르는 통로가 되며, 형태와 갯수에 따라 추출 속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2. 리브는 왜 있을까?

리브는 드리퍼 안에서 드리퍼와 필터 사이의 공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커피의 가스 및 공기가 흐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추출된 커피 물질이 종이필터 밖으로 배출되면서 외부 벽을 타고 아래로 흐르도록 유도합니다. 만약 리브가 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드리퍼와 필터가 밀착되어 정상적인 추출이 어렵게 됩니다.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전체적인 추출 속도가 늦어지고, 이로인해 정상적인 추출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3. 어떤 리브가 좋은 것일까?

리브의 형태는 드리퍼의 모양과 추출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능을 고려하여 리브의 크기나 형태, 위치를 결정합니다. 동일한 형태의 드리퍼라고 하더라도 의도한 추출 목적에 따라 리브의 길이가 다르기도 하고 직선이나 곡선, 음각과 양각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추출목적에 따라 설계된 리브는 물과 공기의 흐름을 조정하여 추출 속도 등 원하는 방향으로 추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드리퍼는 전체적인 형태나 소재, 리브의 모양 등이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되며, 드리퍼를 개발한 회사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추출법을 제시합니다. 구매한 제품의 설명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이처럼 리브는 각각의 추출목적에 따라 설계되므로 절대적으로 더 나은 형태는 없습니다.

4. 리브가 없는 드리퍼는 불량인가요?

리브는 추출을 위한 공기와 물의 통로가 됩니다.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반드시 드리퍼 내부에 리브가 존재할 필요는 없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케멕스와 칼리타 웨이브가 있습니다.

 

#1. 케멕스

케멕스

화학기구를 연상케 하는 케멕스는 다른 드리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브가 없는 대신 한쪽에 에어채널이라는 긴 관 형태의 통로가 존재합니다. 필터와 벽면이 밀착되었으나 에어채널을 통해 추출시 생긴 가스 등을 내보내며, 수증기의 배출량을 적게 조정하여 커피의 향이 잘 보존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케멕스는 다른 드리퍼에 비해 숙련도의 영향을 적게 받아 초보자에게도 사랑받는 도구입니다.

 

#2. 칼리타 웨이브

웨이브필터

독특한 디자인으로 알려진 칼리타 웨이브 역시 리브가 없는 형태의 드리퍼 입니다. 칼리타 웨이브는 20여개 굴곡이 있는 종이필터를 사용함으로써 드리퍼 내부의 물리적인 리브를 대신합니다. 마찬가지로 웨이브 필터,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필터는 별도의 리브가 설계되지 않은 드리퍼 내에서 공기와 물의 통로를 만들어 추출을 원활하게 합니다.

 

▶ 주의사항.

일반적으로 잡화점의 1~2천원 정도의 드리퍼(보통 전통적인 칼리타 형식)도 추출에는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간혹 전통적인 드리퍼의 외관을 대강 따라한 저가 상품들 중에서 안쪽 리브를 설계하지 않은 모델도 보입니다. 드리퍼의 추출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이 상품 구색을 위해 대강 설계된듯한 이런 제품은 웨이브필터나 그와 유사한 필터도 사용하기 어려울때가 있습니다. 드리퍼 선택시 소재와 형태도 중요하지만, 추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선택이 어렵다면 유명 브랜드를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

4. 드리퍼 소재별 리브 특징

#1. 세라믹 & 유리

하리오 V60 세라믹, 글라스

세라믹 또는 유리 소재는 위생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소재이면서 보온성이 좋아 가장 폭넓게 이용되는 소재입니다. 리브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소재 특성상 아주 정밀한 표현은 어렵습니다.

 

#2. 플라스틱

비알레띠 푸어오버 2CUP Black

플라스틱 드리퍼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온성이 좋지는 않지만, 세라믹이나 유리에 비해 리브의 정밀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금속

스테인레스 칼리타 웨이브

금속 드리퍼의 경우는 가공이 어려워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기존의 드리퍼 형태로 제작하다면 소재 특성을 제외하고 리브 등에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금속 소재는 소재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가공이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드리퍼 모양 자체에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리브 또는 리브를 대신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듭니다.

 

(왼쪽)하리오 더블 스테인리스 드리퍼 카스야, (오른쪽)접이식 와이어 드리퍼

 

5. 끝으로

이상으로 간단하게 리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원하는 추출 목적과 그에 맞게 설계된 드리퍼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