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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 TEA

공정무역 커피는 정말 공정할까?

by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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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 TRADE

 

수년 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크게 이슈가 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공정무역 커피를 거래하는 온라인 상점이나 오프라인 카페들이 많아지기도 했으나, 사실 그 수는 여전히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공정무역 커피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가난한 제3세계 커피 농가에서 재배된 커피를 정당한 가격을 주고 거래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름이 주는 느낌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그 취지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노동력 착취가 바탕이 되어서는 안되며, 커피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농부에게 정당한 댓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심을 한 번 해 봅니다. 이 커피는 정말 공정할까? 나의 소비는 정말로 착한 소비일까?




오늘은 공정 무역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정무역 커피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포스팅에 앞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부정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공정무역 커피가 다 소용없으니 이용하지 말자,”, 거나 “커피 재배는 원래 그런 거야.” 라고 말하며 노동력 착취를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공정무역이라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 해서 이른바 ‘착한소비’라는 우리가 원하는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사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저의 다른 블로그에서 포스팅 한 적이 있으나, 그 때는 단순히 외국 기사를 한글로 단순 번역한 수준이어서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구조적 결함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해당 포스팅과 관련한 링크 하나를 첨부합니다.
https://www.huffpost.com/entry/10-reasons-fair-trade-coffee-doesnt-work_b_5651663?guccounter=1

Huff Post에 10 reasons fair-trade coffee doesn’t work라는 제목으로 기고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Huff Post는 그리 신뢰하는 매체는 아니지만, 이번 포스팅의 아이디어를 이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물론, 숫자를 신뢰하지는 않기 때문에 수치들을 대부분 제외합니다. 

 

 

1. 비용

1) 인증

공정거래 제도의 설계 자체가 그 이익에 반하도록 잘못 설계되었습니다. 공정거래 참여를 위해 농가나 단체의 자격 인증이 필요한데, 평균적으로 공정 거래 제도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공정거래 인증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상쇄되어 이익을 취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제도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이 10이라고 가정할 때, 참여를 위한 인증에 10 정도를 지불함으로써 실제 추가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산된 원두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여 공정한 수익 배분을 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형태로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증비용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에서 책정되어 위의 이야기가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작황이나 기타 이유들로 하여 경우에 따라 공정거래 제도가 가져다 주는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 제약조건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적, 사회적 가치 등을 이유로 일종의 제약조건이 더해집니다. 이러한 제약조건 아래서 비료나 다른 투입물을 제한 등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가난한 재배농가의 생산 비용에 더해지게 되고, 수확량을 감소시키며, 이익 역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들로 인해서 상쇄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고, 심지어 그 비용이 수익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2.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1) 커피 노동자의 생활 개선

공정거래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공정거래에서 창출된 수익들이 일부 숙련된 노동자들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노동자들이나 아이들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며, 반대로 이와 같은 수익을 취할 수 없게된 미숙련 노동자들의 자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정무역 커피에서 발생하는 이익들은 일부 숙련자들에게만 집중되어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이익 향상 및 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현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노동자들의 이익을 제한하는 형태가 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2) 혜택의 투명성

공정거래에서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는 공정거래로 인한 수익이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는지 하는 문제입니다. 공정거래는 커피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이익 향상 및 생활 개선을 희망하며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지만, 공정거래로 인한 혜택이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는지는 불투명합니다.

 

많은 경우 공정거래에서 지불된 프리미엄은 커피 생산을 위한 건물과 봉급에 투자되고 있으며, 이것은 노동자의 생활 개선이 아닌 보다 많은 커피생산을 장려할 뿐입니다. 심지어 이 조차도 명확하게 추적되지 않습니다.

 

3) 빈곤개선

공정무역 커피는 빈곤 문제의 근원을 다루지 못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는 보건, 교육, 인프라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다고 하지만 사회 자체의 발전 보다는 더 많은 커피 생산을 장려합니다.

 

공정무역 커피는 선의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정 거래 커피를 구입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는 가난과 싸우는 다른 접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쉽게 말해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 생산이 실제로 그들의 가난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그들의 빈곤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으나 이러한 믿음과 지불되는 프리미엄이 결국 더 많은 커피 생산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그들의 빈곤 해결에 도움을 주는 다른 수단을 멀리하게 만들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효과적인 거래 방법일까?

1) 역선택

공정무역 커피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정거래 시스템이 해당 채널에 질이 낮은 생두의 유입을 장려한다는 점입니다. 생산된 생두 중에는 질이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시장에서 질이 좋은 생두가 그렇지 않은 생두보다 좋은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면, 공정거래제도는 재배업자들로 하여금 질이 낮은 생두를 공정거래 채널을 이용하여 처리하도록 장려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고품질의 생두는 굳이 공정거래 채널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며, 이용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재배농가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생두는 공정거래 채널을 이용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장받으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소비자의 역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많은 잠재적 커피 구매자들이 공정거래 채널에서의 저품질 원두 유통을 우려하여 해당 채널을 이용한 커피 구매를 꺼리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공정거래 커피 시장 자체를 제한하게 됩니다.

 

2) 비효율

공정거래 제도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자원을 전달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생산자를 위해 기꺼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으나, 실제로 서비스되는 커피 한 잔에서 생두/원두의 비중은 매우 작은 수준이며,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자원 역시 매우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3) 직접무역

어쩌면 공정무역이라는 시스템보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직접적인 무역 계약을 통해 커피를 유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직접거래 하에서 커피 구매자는 안정적으로 더 높은 품질의 커피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커피 농가와 장기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한 대가로 더 좋은 가격과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직접무역 역시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언제나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는 있지만, 공정무역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부터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자원을 전달하는 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마치며

공정무역 커피의 구조적인 결함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텍스트가 길어지다보니 내용이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사진도 없네요. 이상한 부분은 추후 확인하여 수정하겠습니다.

 

사실 공정무역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댓가를 치른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그를 위해 커피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과 그들의 빈곤을 개선하는 공정무역이라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이러한 고민들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급한 문제들은 여러 사람들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가 나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준비된 포스팅이 아니니, 커피 선택은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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