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떼루아 ]
떼루아는 불어로 ‘토양’이나 ‘풍토’ 등을 뜻하는 고유 단어입니다. 와인이 제조되는 자연환경 또는 자연 환경으로 인해 와인이 갖게되는 독특한 향미를 의미합니다. 더 포괄적으로는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가 자라는 환경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지리나 기후, 재배법 등)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을 아우르는 표현입니다. 보통 와인의 경우 포도의 품종이 아닌 포도가 자라고 가공된 지역을 상표명으로 붙이게 되는데, 이는 포도의 품종보다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고 가공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미를 가진 와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어권이나 국내에서도 떼루아와 정확하게 매칭되는 단어를 찾기 어려워 보통 ‘떼루아’ 라는 표현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시가나 치즈, 차, 코냑 등 다른 주류 업계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커피에도 떼루아가 있을까?
커피 역시 ‘떼루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커피나무가 자라는 환경, 토양, 미생물 등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산지의 독특한 기상 조건과 토양, 지리적 형태 등에 따라 다양한 향미를 만들어 내는데 와인과 마찬가지로 같은 품종이어도 재배지역에 따라 다른 향미를 만들어 냅니다. 고도나 지형, 일조시간과 기온, 습도, 땅의 온도나 그늘의 유무, 토양 성분 등과 함께, 재배방법이나 가공방법 등의 요인들이 커피의 생산량과 품질 향미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됩니다.
※ 최근에는 커피의 산지 특성보다는 품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품종개발과 재배환경 개선, 가공방법 개발 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특정 산지만이 가지는 독특함의 정도는 점점 옅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포스팅은 커피의 떼루아에 대한 내용이므로, 간단히 이런 의견이 있는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1. 고도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높은 표고에서 오는 기온차로 인해 열매가 잘 응축되어 산과 바디가 풍부해지기 때문입니다. 티피카와 버번 등이 높은 표고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고도의 높이로 커피의 등급을 결정하는데, 높은 표고에서 생산된 커피가 고품질의 커피로 평가받습니다. 대표적으로 엘살바도르의 SHG, 과테말라의 SHB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고도가 높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보통 10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의 높이에서 재배가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도가 100미터 상승할때마다 0.6도씩 기온이 낮아지는데, 낮은 기온으로 인해 1900미터 이상에서 커피 나무의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하고, 2000미터를 넘어서면 재배가 어려워집니다.
또한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데,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1000미터 아래에 있는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커피 산지인 브라질의 고도는 900미터 전후입니다.
적도에서 멀거나 해양성 기후 등 다양한 요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다른 지역에서도 상품성있는 고품질의 커피가 생산되기도 합니다. 고도는 일교차나 기온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지만 상대적인 개념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2. 기온

커피 재배는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평균 18~22도 정도인 고지대에서 커피 재배가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높은 기온은 커피의 성장을 빠르게 하지만 열매가 빨리 맺히게 되고, 과다한 재배로 이어져 나무가 쉽게 상하거나 다양한 질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서 기온이 너무 낮아지면 나무의 성장이 늦어지고, 생산량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 간혹 높은 온도와 커피녹병이 함께 언급되기도 하는데, 커피 녹병은 녹병균(곰팡이)과 품종 개량 측면에서 관련이 있는 항목입니다. 기온이 나무의 쇠약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병균이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도 있겠짐만, 녹병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커피 재배에서 일교차는 최대 20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연교차는 적은 편이 좋습니다. 특히 커피나무는 냉해에 취약해서 잠깐이라도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쉽게 가지나 잎이 상하거나 말라죽는 일이 발생하므로, 낮은 온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례로 과거 브라질에서는 대규모 냉해로 인해 한 지역의 커피 농장이 거의 괴멸하다시피 하여 대규모로 재배지역이 이동한 바 있고, 최근까지도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서리 등의 이유로 수확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3. 강우량

일반적으로 커피 재배를 위한 강우량은 연간 1000 ~ 2000mm 전후가 적당합니다. 열대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나누어져 물이 부족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며, 커피 재배를 위해 별도의 관계설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커피나무는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비의 자극으로 꽃을 피우는데, 우기와 건기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는 한꺼번에 개화하지만, 기온의 변화가 크지 않고 특별히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꽃이 피는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꽃이 진 후 장기간에 걸쳐 커피 수확이 이루어집니다.
강우량과 커피재배에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은 재배하는 품종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하며, 생두의 가공방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커피의 맛과 향미에 연결됩니다. 가뭄에 강한 품종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의 재배를 용이하게 하지만 상대적으로 향미가 아쉬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4. 지형
커피 재배에 있어 평균 기온과 강우량은 매우 중요한 요건이며, 이 둘을 모두 충족하는 지형은 보통 산의 사면과 고원의 선선한 지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침에 발생하는 짙은 안개는 햇볕을 가려 커피체리의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바다에서 부는 해풍 역시 특별한 환경을 조성하여 향미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지형이나 입지적인 조건은 기온이나 강우량, 토양 등과 더불어 특별한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데, 낮은 고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도에서 재배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5. 일조량
[ 광합성 ]
광합성은 식물 및 다른 생명체가 빛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입니다. 전환된 화학 에너지는 나중에 생명체의 활동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방출될 수 있는데, 이 화학 에너지는 이산화 탄소와 물로부터 합성된 당과 같은 탄수화물 분자에 저장됩니다.
커피 역시 녹색 식물로서, 잎과 줄기 열매 등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유기화합물을 생성하는 광합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라비카 커피의 경우 광합성을 위해 25정도의 온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온도와 빛은 광합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지나친 고온에서는 광홥성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되려 손상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늘에서 재배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6. 토양
커피나무 생육에 적합한 토양은 PH 4.5 ~ 6.0 정도의 약산성 토양으로 부식이 잘 일어납니다. 배수성이 좋고 깊은 토양, 수확성이 높은 토양을 좋은 토양이라고 합니다. 산성 토양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결핍되기 쉽고, 알칼리성 토양은 철과 망간 등이 부족합니다.
커피 산지 중 상당수가 화산지대와 관련이 깊으며, 용암과 화산재가 풍화된 토양이 많이 있습니다. 커피는 재배가 이뤄진 토양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예를 들어 화산재 토양에서 자란 과테말라 원두는 특유의 향을 가지게 되는데 강한 로스팅이 아니더라도 본래 가지고 있는 성질로 스모키한 향미를 보이기도 합니다.
'COFFEE & T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정무역 커피는 정말 공정할까? (2) | 2023.02.16 |
---|---|
커피는 어디에서 왔을까? 커피의 기원설 (2) | 2023.02.15 |
커피는 무슨 맛일까? (0) | 2023.02.13 |
라떼와 바닐라라떼 (0) | 2023.02.12 |
카푸치노와 라떼 이야기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