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볶은 원두 vs 볶은 후 일주일간 숙성시킨 원두
무엇이 좋을까요?
커피 역시 식품이고 물리적으로 향미 손실과 유통기한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갓 볶은 원두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종 현장에서는 당일 생산된 커피 보다는 일정 시간이 경과한 커피를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된 원두를 팔아먹으려는 속셈일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가스배출입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후 3일 정도까지는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이 활발합니다. 이산화탄소가 활발하게 배출되는 이 시기에는 가스배출로 인해 추출이 방해받아 안정적인 추출이 어렵게 되고, 당연히 맛과 향미가 일정하지 않게 나타납니다. 또한 이산화탄소 가스로 인해 쏘는 맛이나 아린 맛이 나는 등의 이슈가 있습니다. 일정 기간이 경과된 원두는 이런 이슈를 미리부터 피하고, 안정적인 추출과 좋은 맛과 향미가 기대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일반적이긴 하지만 논란이 있는 부분입니다. 가스배출량과 시기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원두마다 동일하지 않으며, 가스가 추출과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도 많은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이 커피 맛과 향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으나, 최근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과 커피 품질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숙성입니다.
숙성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숙성 ]
숙성은 음식을 자연상태에서 그대로 두어 스스로 분자구조를 작게 분해하는 과정이다. 이때 효소, 세균의 효소 등에 의해 숙성이 되는 과정을 발효라고 하고 이 과정을 과도하게 진행하면 세균에 의해 부패하게 된다. 위키백과
커피 역시 식품이며 숙성 과정을 통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숙성 과정을 거치지 못한 원두는 충분한 단맛과 향이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숙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와 산패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둘 다 처음 결과물에서 시간 경과에 따라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변화가 되는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원두의 숙성은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과정이며, 자연상태에서 맛과 향미가 좋게 변화합니다. 현장에서 로스터나 바리스타가 숙성된 원두를 권하는 것은 오래된 원두를 팔아먹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 가장 맛있느 커피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보관방법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보관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보관방법에 앞서 숙성을 이야기한 것은 원두를 빠른 시간 안에 소비한다면 사실 보관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2~3주 이상 원두를 보관하며 먹기도 하고, 잘못된 보관 환경으로 인해 변질된 커피를 경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커피를 오래 맛보기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가장 좋은 보관방법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좋은 보관방법은 되도록 보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격적인 혜택 또는 잦은 주문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으나, 커피의 산패로 인해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실 때는 원두가 변질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용기를 준비하고 소분하는 등 번거로운 작업들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들에도 커피의 향미가 처음처럼 좋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커피 역시 식품이고 숙성이든 산패든 어떤식으로든 변화가 생깁니다. 처음 2~3주 까지는 커피의 좋은 성분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도 있지만, 이후로 넘어가면 향미 손실과 함께 변패가 가속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급적이면 로스팅 기준 2 ~ 3주 이내에 모두 소비가 가능한 수준으로만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 특별한 품종이라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보관을 위한 여러가지 노력과 신선함을 포기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비싸고, 배송비가 추가되고, 주문이 번거롭더라도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것이 좋은 커피를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2.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빛과 열, 그리고 외부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상태이면 됩니다. 락앤락이나 지퍼백 등 외부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밀폐용기가 좋으며,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로스팅 원두를 구매했다면, 판매처에서 제공한 포장봉투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포장 형태로는 원웨이(공기가 한쪽으로만 배출될 수 있도록 설계된) 밸브가 부착된 지퍼스탠드 봉투나 M방 봉투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 포장용지는 향미 손실을 줄이고 빛을 차단하며, 외부 공기와 습기로부터 포장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춘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지퍼스탠드의 경우 락앤락 등의 밀폐용기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틴타이를 달아 놓은 M방 봉투의 경우 틴타이의 밀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므로 별도의 밀폐용기나 지퍼백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분
특히 산소와의 접촉은 산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한 통에 담아두게되면 밀폐용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열 때마다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를 막기 어려워집니다. 이 때에는 원두를 처음 구입한 시점에 한번에 소비 가능한 만큼씩 밀페용기나 지퍼백, 진공포장백 등을 이용하여 소분해두면 공기 노출로 인한 문제를 어느 정도 방지 할 수 있습니다.
3.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 냉동보관
장기보관에 가장 추천되는 방법은 냉동 보관입니다. 바로 소비할 수 없다면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원두를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산화를 촉진하는 열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산패나 숙성같은 원두의 변화 자체를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냉동보관시에는 커피를 철저히 밀봉해야 하며, 사용시에는 미리 상온에 꺼내두어야 합니다. 커피는 다공질의 조직으로 되어있어 밀폐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냉동고의 좋지 않은 냄새를 흡수할 수 있고, 냉동실에서 바로 꺼내 사용할 때도 외부의 냄새를 흡수하여 커피 향미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해동시간을 거치지 않은 냉동 원두는 온도차로 인해 습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4. 원두의 정보
원두의 보관은 지금까지 설명한 정도면 충분합니다. 향미를 보존하고 산패를 일으키거나 촉진할 수 있는 요소들로부터 멀리 할 수 있다면 이상의 추가적인 조치는 사실상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원두의 보관을 더 잘하고 싶다면 내가 구입한 로스팅 원두의 정보를 아는 것이 좋습니다. 원두의 품종이나 로스팅 정도 등은 원두의 숙성과 산패의 시기와 관련이 있으며, 또한 숙성되어 가장 맛있는 때를 알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정보는 로스팅을 진행한 로스터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구입시 문의한다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5. 팁
대형 마트 등에서 볼 수있는 대용량의 포장 원두는 품질의 일관성과 유통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로스팅이 진행됩니다. 대용량의 원두 포장은 소비 기간을 길어지게 하고, 강한 로스팅은 산패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므로 구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강한 로스팅은 다공질화가 심화되어 공기접촉면이 늘어나 산패를 촉진시키며, 강한 로스팅의 특징인 배어나온 오일 성분 역시 외부의 공기와 접촉하여 변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사용하는 원두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음료 판매량이 많아 소비가 빠른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원두는 잘 살펴봐야 합니다.)
밀페가 잘 되는 포장일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이 생깁니다. 일반 로스터리 업체의 원두는 주문과 함께 로스팅이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형 유통체인의 원두는 소비자의 구매를 예상하고 사전에 제작되는 형태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로스팅과 구매시점의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원두의 법정 유통기한은 1년으로, 로스팅 후 수개월이 지난 상품들도 유통되고 있으니, 구매시점에서 생산일자를 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대형 마트나 프렌차이즈 원두의 품질을 논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요에 부합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마트 원두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경우에 따라 카페에서도 사용합니다. 다만 유통 특성상 로스팅이 강하고 대용량 포장, 유통 기한 등을 주의해서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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